<집중투자의 정석> 종목수는 몇개가 적당할까?

Date published
December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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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를 운용한지 2년을 넘기면서, 개인 투자자가 (적절한 기질만 가진다면) 기관투자자보다 훨씬 더 우위가 많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느낀 펀드매니저가 가지는 한계점에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1) 결국 연단위로 Kospi 대비 수익률로 평가한다 → 변동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2) 기관 자금을 받으면 loss cut 규정에 의해 (기관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15% 손실이 나면 환매해버린다 → 운용에 제약이 많다

3) 증권사 상품팀 등도 시장 저점에서 몸을 사리고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거나 상품 출시를 꺼리고), 시장이나 테마가 오르고 나서 관련 상품을 출시, 권유하게 된다 → 반대로 해야 수익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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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자의 정석>은 건전한 장기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기 원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몰빵투자”는 위험하다는 통념과 반대로, 이 책은 장기적으로 높은 복리 수익을 쌓은 투자의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소수 종목 집중 투자” 방식을 썼다는 점에 주목한다.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는 3-5개를 적정 종목수로 꼽았고, <안전마진>을 쓴 세스 클라만은 10-15개, 벤저민 그레이엄도 최소 10개, 최대 30개를 꼽았다고 한다.

기관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지표는, 패트릭 오셔너시(오셔너시 에셋 매니지먼트)가 1964-2014년 50년간 미국의 저평가 종목 1~100개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로 종목수 1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연 22.8%로 가장 높았고, 종목 수가 증가할 수록 수익률은 내려갔는데, 위험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샤프 지수는 종목수가 25개일 때 0.85로 가장 높았고, 종목수가 그보다 더 많으면 샤프 지수는 낮아졌다.

장기적으로 잘될 기업 몇 개를 골라 장기 투자 하는 것

말로는 쉬워보이는데 왜 현실에서 이루어내는 사례는 흔치 않은 것일까?

이 책에서 다룬 투자의 대가들이 운용한 자금에 공통점이 있는데 영구 자본 성격에 가까운 자금이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외부의 간섭을 최대한 받지 않고 장기적 성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점이다. 그리넬 대학 기금을 9년간 1억달러에서 11.5억달러로 불린 짐 고든이 이사회와 겪은 충돌이 왜 이런 환경이 중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고든은 “아이디어가 충분하면” 현금 비중을 제로로 가져갔는데 이사회는 대학 운영비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지 않아도 되도록 채권 투자를 원했다. 채권 투자로 3%를 버는 것보다 주식으로 10%를 벌고 필요시에 매도하는 것이 낫다는 고든의 설명을 이사회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사회의 90%는 변호사였다.

다른 것들 - 장기적 안목과 인내심 - 은 기질에 더 가깝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공모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LS머트리얼즈가 상장일 공모가 대비 가격제한폭인 4배 상승했는데, 상장일 거래 대금이 1.8조원이었고 (종가 기준 시총 1.6조), 12월 개인투자자 매수 1위 종목이었다.

단기적으로 돈이 될 것 같은 종목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에 가까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의 주식을 “끈기있게” 보유하는 것은 하루에도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내리고, 친구와 지인들의 말에 영향을 받기 쉬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여러 본성을 거슬러야 하는 것이기에 실제로는 쉽지 않다.

찰리멍거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본인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큰 성공을 이룬 요인으로 “장기” 투자로 꼽았다. 장수했고, 그만큼 복리를 누렸다는 것이다.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고 잘 알려진 것처럼, 종목 선택에 자신이 없다면 소수 종목 집중 투자의 정반대에 있는 광범위한 분산 투자, 즉 저비용의 인덱스 투자가 답이다. 하지만 장기 집중 투자 방식이 궁극적으로 큰 초과 수익을 가져다 준다면, “시간”이라는 우위를 각진 개인 투자자는 시장과 기업에 대해 공부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투자에 도전할 만 하다는 생각이다. 연 15% 수익률이 20년간 쌓이면 원금은 16배가 된다 (시장의 장기 보유 수익률은 S&P 500지수가 연 10~12%, Kospi가 연 8% 정도다). 근로 소득과 실제 수명의 듀레이션 미스매치 (은퇴 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에 금융 지식의 차이가 결국 노후 삶의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