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매도하지 않은 이유 (feat. Cyclical)

Date published
January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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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후 큰 고민 중 하나가 변압기 관련주들의 매도 타이밍이었다. 현대일렉은 펀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 100% 수익이 난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매도하지 않았고, 1/3일 현대일렉의 매출, 수주 전망 공시(작년에 수주 전망을 계속 상향했기 때문에 시장은 올해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 하다) 에 이어 오늘 나온 변압기 수출 데이터가 12월에 다시 한번 점프하며 주가도 신고가를 갱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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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일 현대일렉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증설을 발표했을 때가 매도를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싸이클 peak에 가까울 때 기업들이 증설을 발표하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에 증설 뉴스가 나오면 매도할 때라고 생각했었고, 이미 Eaton이 증설을 발표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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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압기 슈퍼사이클은 아무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고,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와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이클 초반이라면 너무 일찍 매도하는 실수가 될 것이었다. 변압기 회사들이 증설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변압기 제조는 자동화 정도가 낮고 고숙련 작업자들이 늘어나야 하기에 공간과 설비를 늘려도 회사들의 계획대로 증설이 진행될 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역시나 펀드매니저이신) 농구천재님이 과거 조선 사이클과 비교하신 글들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첫번째는 일진전기의 1000억 유증 공시가 나온 날 현대미포가 2003년 11월 30%할인에 500억 유증을 발표했던 내용을 올려주셨다. 사이클 호황이나 턴어라운드 초반에는 자금 조달 뉴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며칠뒤 지멘스에너지가 컨콜에서 미국 회사들이 변압기를 받기 위해 선수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에 대해 올려주셨다. 그리고 과거 조선 호황기에서 선박 대금에서 선수금 비중이 높아졌던 시기에 대한 기사도 나오는데, 그 기사가 2004년 기사였다. 수급의 바로미터인 조선 신조선가는 2008년이 피크였다.

사이클 초반이라고 판단해 12월에 주가가 빠질 때 비중이 커진 일렉을 매도하지 않고 제룡전기 비중을 늘렸다. 제룡전기는 답을 보고 푸는 문제에 가까운데 분기보고서에 수주잔고를 보면 23년 4분기에 680억 수주잔이 남아있고 24년 납기 수주잔고는 1750억이다. PER은 24년 기준 6배가 안될 것이다.

현대일렉과 효성중공업이 주로 만드는 초고압, 고압 변압기는 발전소나 규모가 큰 공장에 주로 들어가지만 제룡이 만드는 PAD변압기는 최종 수요처 단에서 전압을 낮춰주는 소형 변압기로 장기적으로 신재생 발전과 전기차 침투가 늘어나면 수혜를 입는 제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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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비중이 작지 않아 비중 조절이 큰 고민이었고, 사이클의 정확한 피크 시점에서 매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정 시점에 매도하는 것이 계속해서 숙제로 남을 것이다.

과거 조선 호황기일 때 학생이었어서 그 때 있었던 일들을 잘 몰랐고, 직접 찾아봤으면 좋았겠지만… 농구천재님 덕분에 변압기뿐만 아니라 사이클의 듀레이션이 길다고 생각되는 방산, 조선 관련 포지션 (앞으로 더 빌드업할 포지션 포함) 에 대해서도 좀더 편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기술 혁신과 구조적인 성장이 있는 산업 (반도체, 바이오 등) 뿐 아니라 씨클리컬도 봐야 하는 이유는 자주 오지 않지만 한번 오면 업사이클이 높고 길기 때문일 것이다.